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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ag Archives: 이탈리아 건축

까사 리빙 (Casa Living) 2019년 8월 호, 글 한 효정, 사진 김민은

피에타 상을 보며 인간이 아니라 신이 만든 것 같다는 대중의 찬사에 자신의 이름을 새겨 넣은 실수를 한 것은 비단 미켈란젤로 뿐이 아니다. 유럽 건축물 파사드에 종종 새겨진 건축가의 이름은 그들의 입신양명의 야먕을 보여준다. 하지만 로베르토 바시오키는 자신은 남기고 싶은 것이 아무것도 없다고 말한다. ‘누군가가 내가 디자인한 공간을 보고 ‘아무것도 하지 않았네’ 라고 말하는 것이 내가 가장 듣고 싶은 칭찬이다.’ 피렌체 근처 작은 도시 아레조에 자리한 그의 집은 낮의 햇살이 시간에 따라 달라지는 모양을 감상할 수 있는 나긋한 공간이었다.

유난히 언덕과 산이 많은 토스카나 지방의 남서부 중심 도시인 아레조 (Arezzo), 13세기에 지어진 로베르토의 저택은 구시가지 언덕 위에 자리하고 있었다. 그의 집 주소를 말하자 택시 기사는 단번에 무슨 일로 프라다 건축가의 집에 가느냐 되묻는다. 건물 외부로 난 묵직한 나무 문을 밀면 보이는 복도 끝 정면에는 곧장 안뜰로 향하는 유리문이 있고, 왼편 계단을 오르면 그의 집안으로 연결된다. 백설공주와 일곱 난쟁이 동화에 등장할 법한 빨간 모자의 난쟁이 모형 여럿이 거친 질감의 건물 벽과 어우러지며 묘하게 즐거운 인상을 자아내고 있었다.

공간이 무대가 될 때 

아레조 구시가지에서 자라며 고건축물과 사람, 자연이 공존하는 것을 관찰하며 성장한 로베르토는 자연스럽게 자연과 공간을 존중하는 방식을 터득했다. ‘공간은 그 자체로 성격과 영혼이 있어요. 역사와 이야기가 담긴 레퍼런스들이 가득하지요.’

그러니 그가 700년의 세월을 고스란히 담고 있는13세기 팔라초를 매입한 것은 그리 놀랍지 않을 일이었다. 그는 과감한 리노베이션보다 복원과 보존 및 전기 설비 작업에 매진했고 햇빛을 들이기 위해 중정으로 난 모든 창에 통유리를 달았다. 천장을 뒤덮던 하얀색 페인트를 걷어 내고 나니 18세기에 완성된 벽화가 드러났다. 2층 한 곳을 제외하고 모두 심각하게 훼손되어 있던 건물 바닥을 코시오페스토 (Cocciopesto) 라는 이탈리아 전통 방식으로 마감했는데 이는 베니스 건축에 주로 사용되는 방식으로 으깬 테라코타와 회반죽, 기름을 섞어 만든 것으로 위생적인데다 마르면 짙은 붉은 빛을 띄게 된다. 이는 붉은 벽돌로 지어진 이 건물이 지닌 공간의 기운을 훼손하지 않고 존중하고자 하는 그의 의도를 반영한 것이기도 했다. ‘다 뜯어 고치려면 무엇하러 1300년에 지어진 집에 살겠습니까. ’ 라며 되묻는 그는 건물의 성격을 결정짓는 것은 과감한 리노베이션이 아니라, 노출 천장과 프레스코, 코시오페이스토 바닥 장식과 회반죽 벽의 따스한 질감처럼 오래된 건물이 가진 기운을 존중하는 것이라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땅의 기운을 살펴 공간을 해석하는 것이 풍수지리 사상과 닮았다는 말에 로베르토는 고개를 끄덕이며 ‘맞아요. 공간을 보기도 전에 이 곳을 어떻게 만들어겠다 라는 의도로 디자인하면 파괴적이 되어버려요. 나는 공간에 들어서면 그가 나에게 하고자 하는 말을 귀담아 듣고자 합니다’

부드럽게 그러나 드라마틱하게.

그의 집에 들어오는 순간 연극의 막이 오른다. 벽장을 열면 복도와 계단으로 통하는 문이 열리고, 서재의 벽장을 열면 불이 켜지고 침대 나타난다. 모든 공간은 새로운 색감과 질감으로 구현되어 마치 한 막이 내릴 때 마다 손뼉을 치고 싶을 정도의 감정의 소용돌이를 일으키는 것이 마치 완벽한 미장센(mise en scène)을 보는 것만 같았다. 어쩌면 이리도 극적으로 연출 되었을까. 그는 공간이 그 자체로 감정의 판타지를 일으킬 수 정도로 한 세계를 표현해야 한다고 믿는다. ‘때로는 아무 장식이 없는 벽이고 공간일지라도 시간이 흐름이 스며들어 건물의 피부가 됩니다. 이것을 바라보면 꿈을 꾸게 되요. 반들거리는 하얀 벽은 영감을 주거나 자극을 주지 않잖아요.’ 그의 공간을 들여다본다면 아마도 그가 색으로 공간을 표현하는 경향이 있다고 단정지을 수도 있지만 그는 색보다 재료에 더 관심을 가지고 있다. ‘종종 벨벳을 많이 사용하는데 벨벳은 햇빛을 흡수하고 반사하여 전혀 예상치 못한 질감을 표현해냅니다. 나는 빛이 재료에 닿았을 때 그 드라마틱한 표현력에 집중하려고 합니다. 색은 그 다음이지요.’

이러한 그의 의도는 다양한 공간과 디자인에서 나타난다. 천장부터 바닥까지 베네치아산 거울로 만들어진 욕실이나, 온통 옥 색 대리석으로 표현된 화장실, 회벽의 질감이 고스란히 살아있는 거실처럼 말이다. 이 집을 그의 세계의 연장으로 생각해도 되겠느냐는 물음에 그는 ‘이 집은 바로 나예요. 소소한 것에도 퀄리티를 찾고자 하는 내 평생의 노력이 어떤 프로젝트 목적이 아닌 그 본연의 상태로 구현된 것들의 합(合)라 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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